당해도 ‘쉬쉬’…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절실

대구신문 / 김유빈 기자 / 인 2025.01.22 

대구경찰, 2022~2024년 분석.  가정 폭력 사범 구속률 0.8%

피해자의 ‘처벌 반대’ 주원인.   ‘반의사불벌죄’ 조항 전면 폐지

가해자와 분리 등 사후 조치 필요.  설 명절 가정 폭력 대응 강화

대구에서 매년 2천건 가까운 가정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지만 검거에 비해 구속률이 극히 낮아 피해자 보호대책 강화가 요구된다.

22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에서 최근 3년(2022~2024년)간 검거된 가정폭력 사범은 총 6천421명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22년 2천60명, 2023년 2천436명, 지난해 1천925명이다. 이 중 구속 인원은 총 57명으로 구속률 0.8%에 불과하다.

우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이 구속률이 극히 낮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가정폭력은 대부분 가정 안에서 자녀, 배우자 등 가족 구성원을 상대로 벌어지다 보니 피해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고 심리적, 신체적으로 위축된 피해자가 적극적인 처벌 요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 특성상 상습적이고 범행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피해자 보호책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22년 북구에서 40대 남성 A씨가 장기간에 걸쳐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하고 폭행한 혐의(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폭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피해자가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서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돼 공소가 기각됐다.

지난 19일에는 북구 복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를 들고 아내를 폭행한 혐의(특수 폭행)로 60대 남성 B씨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인 아내는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의사불벌죄 폐지, 피해자 사후 조치 등 근본적인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족, 자녀 등 가족 구성원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상습적이며 신고가 적고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혹한 폭행이나 심각한 범죄는 처벌 수위를 높이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하게 분리하는 등 피해자 사후 보호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은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설 명절 기간동안 가정폭력 재발 우려 775가정을 대상으로 전화 또는 주거지 방문 등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가정폭력 범죄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총력 대응에 나선다.

이를 통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지역경찰, 112상황실, 여청수사팀에 정보를 공유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다. 아동학대·교제폭력 범죄에 대해서도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고위험군을 분류해 사법 처리와 피해자 보호 활동을 전개한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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