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에서 ‘자립’으로...장애인복지, 지속성이 관건이다! 광명지역신문 / 장성윤 기자 / 2024.12.11 09:40 
[인터뷰] 김태균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누리봄의 봄은 올까?" 장애인 자립, 현실의 벽 높아...광명시와 시의회 차원의 적극적 관심 절실 광명지역신문=장성윤 기자> 그는 중증장애인이다. 스무살 되던 1988년, 뺑소니 교통사고로 척수신경이 손상되면서 휠체어를 타게 됐다. 1990년대 정부가 노점상을 강제 철거하면서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린 장애인들의 생존권 투쟁에 뛰어든 그는 지금까지 장애인 인권보호와 차별철폐에 앞장서고 있다.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광명IL센터) 김태균 소장. 그가 꿈꾸는 장애인 복지정책.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편집자註> ◆광명IL센터, 장애인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평생 누군가에게 감시 또는 관리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불이익을 당하면 구제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존재 이유입니다.” 광명IL센터 김태균 소장은 이렇게 화두를 던진다. 그는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이 ‘재활’에서 ‘자립’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2008년 문을 연 광명IL센터는 장애인의 인권 회복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장애인이동권 투쟁, 생존권 투쟁, 탈시설 운동을 펼치며, 기존의 수동적 장애인 복지 프로그램의 틀을 깬 다양한 도전을 전개하고 있다. ◆자립생활 체험홈, 시설을 벗어나 세상 속으로!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돌봄 등을 이유로 사회에서 분리돼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삶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아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미 짜여진 틀에 갇혀 자기 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결정할 자유를 박탈당하는데,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풍토가 더 문제인거죠." 그는 시설을 벗어나 자립생활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자립생활 체험홈’은 이런 취지로 시작됐다. 이곳은 홀로서기를 희망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광명IL센터가 임대한 자립주택 2곳에는 여성 장애인 2명과 남성 장애인 2명이 각각 살고 있다. 돈을 관리하고, 건강을 챙기고, 청소와 요리 등 집안 살림을 한다. 비장애인에게는 쉬운 일상이지만 중증장애인들에겐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관리하고 통제하는 집단수용시설과는 달리 이곳에는 감시자가 없다. 오롯이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 공동체에 적응하고, 자립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체험프로그램이다. 광명IL센터는 안전한 자립생활을 위한 상담, 생활정보와 기술훈련 등을 지원하는 조력자다. 거주기간은 2년에서 최대 4년.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자립한 장애인은 총 18명으로 비장애인들과 어우러져 평범하게 살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운영하는 국내최초 유기동물 입양쉼터 ‘누리봄’ 
누리봄은 국내최초로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기동물 입양쉼터다. 2021년부터 경기도 장애인 일자리 창출 공공모사업으로 4년째 선정됐다. ‘누리봄’은 유기동물의 따스한 쉼터이자, 발달장애인들의 소중한 일터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유기묘 17마리, 유기견 2마리가 발달장애인 직원 5명의 보살핌 속에서 평생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유기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고, 간식을 주고, 훈련과 산책을 시키고 놀아준다. 좋아하는 사료와 간식, 좋아하는 장난감이 무엇인지 매일 기록하고 , 입양에 관심있는 방문객들을 응대하는 것 역시 이들의 임무다. 장애인은 청소 등 단순 반복적인 일만 할 수 있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누리봄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동물과 교감하고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 동참하면서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누리봄’ 사업은 2021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모범사례로 수상했다. 장애인도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누리봄은 발달장애인과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많은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자립을 꿈꾸는 장애인...안정적인 일자리 대책 시급 이렇게 자립을 꿈꾸는 장애인들은 많고 광명IL센터는 수년간 많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현실은 녹록치 않다. 먼저 ‘자립생활 체험홈’은 주택 임대계약이 만료되면 2년마다 짐을 빼야 한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지자체들이 LH와 협약을 통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대책을 마련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누리봄은 발달장애인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경기도 보조금 지원 여부가 1년마다 결정되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이 어렵고, 5년차가 되는 내년에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더욱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소장은 "퇴직금과 실업급여 등 모든 제도를 비껴가는 생색내기용 복지일자리가 아니라 중증장애인 고용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광명시와 광명시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전국 최초로 발달장애인이 운영하는 유기동물 입양쉼터! 누리봄은 내년에도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기동물 입양 문화를 선도하는 광명의 자랑으로 계속될 수 있을까. 장애인 자립정책,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기사 원문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