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노인 난청 ‘보청기 급여화’ 촉구···국가가 책임져야

의학신문 / 최진욱 기자 / 2025.01.13 

초고령화 사회 진입··· 노인 난청 환자 치매·우울증·자살률 등 사회문제 심각

정부, 노인 난청 환자 보청기 필요성엔 공감···급여확대 부분엔 신중론 제기

[의학신문·일간보사=최진욱 기자]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비장애인 난청 노인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2018년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 보청기 급여화 제도’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은 난청을 관리 받고 있으나, 장애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한 노인 난청 환자에 대한 보청기 지원 사업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부 박상호 회장이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보청기 급여화의 시급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지회 박상호 회장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인성 난청 국가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저출산 위주의 정책만 이루어질 뿐 고령화 정책은 외면받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난청을 겪는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이는 치매와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민 건강 검진에 포함된 청각 검사는 난청(40dB 이상) 유무만 판단하고, 보청기 구입비용 지원은 청각장애인(60dB 이상)만 해당된다.

OECD 국가(평균 11.4%) 중 노인 빈곤율이 43.2%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중 20.5%가 중등도 난청(40dB~60dB)으로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약 130만여 명이 장애판정을 받지 못해 지원이 제한됐고, 경제적 부담으로 난청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난청 환자들의 치료 부재는 치매, 우울증·자살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난청 환자의 치매 위험도는 중등도 난청은 3배, 고도난청은 5배 높게 나타났으며, 난청이 심할수록 우울증 발생 위험은 최대 2배 높았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10만명 당 53.3명으로 OECD 평균 18.4명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박 회장은 “국가에서는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등 고령화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노인 난청 환자들은 대화와 소통이 어려워 이러한 정책에 참여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호소하며, ‘보청기 급여화 제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보청기 급여화와 관련한 정책 실행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김병철 회장은 “노인성 난청은 노인 인구의 30% 정도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며 “230만 명 이상이 난청 환자로 추정되고, 이제는 국가적 차원이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대한이과학회 박시내 회장은 “난청이 치매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관심이 커졌다”며 “선진국들의 대부분이 난청 환자를 국가적 차원에서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재정 마련을 통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귀영 사무관은 “노인 난청 환자의 보청기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건강 보험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데, 장애인에 대해서는 특례가 적용되고 있고,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급여를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형평성과 보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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