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사상자 속출…피해자 대부분은 거동 불편한 ‘고령층’

농민신문 / 김소진 기자​ / 2025-03-26

사상자 속출…원인은

신체적 제약으로 대피 어려워

‘오락가락’ 재난문자 혼란 가중

“산·주거지 이격거리 확보 시급”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산불로 인해 대피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북동부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났다.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가운데 대피 정보를 늦게 접하고, 신체적 제약으로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점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흡한 재난문자 발송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6일 의성 현장 브리핑에서 “사망자의 상당수가 60∼70대”라면서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과 도로 상황 탓에 대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층이 대피에 곤란을 겪으며 큰 피해를 봤다. 재난문자를 늦게 확인했을 뿐 아니라 신속하게 이동하기 어려워 위험을 피하지 못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80대 요양시설 입소자 3명이 직원들과 차량을 이용해 탈출하던 중 차량이 폭발해 숨졌다. 같은 지역의 80대 노부부도 불길에 휩싸여 변을 당했다. 청송군 파천면·진보면에서도 70∼80대 고령층이 자택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체계적이지 못한 재난문자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영덕군은 26일 0시7분 “군민께서는 산에서 멀리 떨어진 강구면·남정면·포항 방면으로 대피하시기 바란다”고 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불길이 예상보다 빠르게 번지자 불과 34분 만에 다시 “강구면·남정면 주민께서는 산에서 멀리 떨어진 포항 방면으로 대피하시기 바란다”고 문자를 보냈다.

혼란이 가중되며 영덕 주민 104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경북 울진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5일 경정3리항 방파제에 61명, 석리항에 40명, 축산항에 3명이 고립돼 울진해경이 구조하기도 했다.

한편 26일 의성군 신평면에서는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 1대가 추락해 기장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산림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불길이 산림과 인접한 주택·시설을 집어삼키며 맹렬히 번지는 가운데 산림과 주거지역 간 이격거리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산림 인접지역의 효과적 산불 관리를 위한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주택과 산림 사이의 이격거리를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현진 농경연 연구위원은 “특히 인명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주택엔 산불 발생에 대비한 이격거리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열과 불똥 전파 위험을 고려해 최소 30∼100m를 권장 기준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산불취약지역을 선정할 때 호스피스 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이 머무는 시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현행 ‘산불관리통합규정’에서는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 ▲10만㎡(3만250평) 이상의 산불이 발생한 지역 등을 산불취약지역으로 정하도록 하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산불 위험지역을 설정할 땐 병원 등 취약시설과 고령인구 분포를 함께 고려한 맞춤형 취약지역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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