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로는 투표할 수 없어요"...포천시 투표소 절반 이상 장애인 접근 어려워

내외경제TV /  양상현 기자 /  2025.05.12

 자립생활센터 32개 투표소 전수조사 결과 화장실 68%, 경사로 47% 미비... "참정권 사각지대 여전"

| 내외경제TV=양상현 기자 | = "투표하러 왔는데 들어갈 수가 없어요."

지난 5월 2일, 포천시 신북면 제5투표소. 휠체어를 탄 김민수(가명·42) 씨는 투표소 입구에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장애인 주차장은 일반 차량이 불법 주차해 사용할 수 없었고, 입구 경사로는 가파르게 설치돼 혼자서는 오르기 힘든 상황이었다.

투표소 절반 이상 장애인 접근 어려운 포천의 투표소 모습 [사진=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선거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투표권은 있지만 실제로 행사하기는 어렵죠."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6월 3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포천시 관내 투표소 62개소 중 32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이동약자와 장애인의 투표 접근성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4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장애인 화장실 미비율이 68%로 가장 높았고, 경사로 미설치 또는 형식적 설치로 접근이 어려운 투표소가 47%, 장애인 주차장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곳도 37%에 달했다.

"경사로가 있다고 해서 실제로 이용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너무 가파르거나 폭이 좁아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조사를 주도한 김영지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담당자는 "형식적으로만 설치된 편의시설이 많다"며 "실질적인 이용 가능성을 고려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조사 결과, 창수면 제2투표소는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개선을 요청받았음에도 여전히 장애인 주차장과 화장실이 전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포천시농업기술센터에 마련된 신북면 제5투표소의 장애인 화장실은 휠체어 회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협소해 독립적인 이용이 불가능했다.

"투표소 접근성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의 차원을 넘어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 침해입니다."

포천시 장애인인권단체 관계자 박성민 씨는 "장애인도 동등한 시민으로서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며 "투표소 접근성 문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휠체어 이용자 이지현(35) 씨는 "투표하러 가면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다"며 "혼자서도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천시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일부 지역의 경우 적합한 대체 시설을 찾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제출하고 관련 시설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센터 측은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이번 조사는 경사로 설치 여부, 장애인 주차장의 수와 위치·면적 등 설치 기준 충족 여부, 장애인 기표소 설치 여부, 장애인 화장실의 접근성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센터 측은 "참정권은 모든 시민의 기본권"이라며 "포천시 투표소의 접근성 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적인 감시와 요구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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