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들, 새벽 도로 위 ‘생존의 위험’…안전대책 시급

경북일보 / 이유경 기자  /  2025.05.15 

차도 다니는 손수레에 속수무책…안전장비 미착용률 65% 넘어

“불편하고 귀찮아서” 착용 기피…지자체·고물상 통한 맞춤형 교육·보급 절실

지난해 6월 24일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뒤편에서 폐지수집 노인이 폐지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경북일보DB

새벽이나 야간시간대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차에 치여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안전 물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전 2시 53분께 대구 서구 비산동 팔달교 편도 4차로 교량구간 도로에서 택배 차량이 손수레를 밀고 가던 70대 남성 A씨를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A씨는 숨진 상태였다. 당시 손수레에는 폐지가 담겨 있었다.

경북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29일 오후 11시 51분께 칠곡군 기산면 제2왜관교 왕복 2차선 도로에서 80대 여성 B씨가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B씨는 편도 1차로로 폐지 수집 손수레를 끌며 걸어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 도중 부상을 경험한 노인은 전체 22%(227명)를 차지했다.

교통사고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6.3%(65명)다.

조사 기간은 지난 2023년 9월 6일부터 10월 13일까지다. 전국 폐지수집 노인 1035명과 폐지 납품 고물상 105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너비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된다. 위반 시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

이에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은 인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폐지수집 노인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보호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20년 ‘대구시 재활용가능자원 수집인 안전에 관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라 야광조끼와 반사경 등 안전 장비와 수집에 필요한 장비들을 제공할 수 있다.

경북도는 지난 2월 ‘재활용품 수집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실제 착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사 결과, 폐지 수집 시 안전용품 착용 여부에 대해서는 65.4%(676명)가 착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전용품을 착용하지 않는 이유(중복 응답)로는 ‘활동에 불편해서’가 63.3%로 가장 많았고,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35.1%, ‘안전용품 구매 비용’이 33.7%, ‘착용이 귀찮아서’ 33.5%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는 안전교육 확대와 안전용품 착용 확대 유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성수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교수는 “폐지수집 노인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안전교육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관계기관에서 고물상 등 폐지수집 업체를 방문해 교육해야 한다”라며 “업체 관계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안전 수칙을 안내하거나 안전용품 보급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광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인도로 다닐 수 있는 손수레를 제작해 보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산이 꽤 들어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북경찰청은 순찰하다 폐지수집 노인을 발견하면 보행 안전을 유도하고 있다. 폐지수집 노인들이 주로 다니는 도로를 파악하고, 안내 간판을 설치해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폐지수집 노동의 경우 고강도의 저임금 노동으로 노인에게 부적합하다”라며 “이러한 노동을 하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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